2012년 10월 1일 월요일

블랙박스는 알고 있다


블랙박스는 자동차의 전·후방과 측면 상황을 자동 녹화해 저장하는 장치다. 교통사고가 발생할 경우 잘잘못을 따지기 위해 입씨름할 필요가 없으며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는 억울한 상황도 방지할 수 있다.

얼마 전 공중파 방송 뉴스에서 오토바이를 탄 피자배달원과 버스의 충돌상황을 담은 블랙박스 영상이 보도됐다. 참혹하고 생생한 사고현장을 여과 없이 방영된 게 과연 온당한 일인지에 대해 비판적인 여론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교통사고의 무서움을 일깨워주는 순간이었다.

뉴스의 초점은 피자전문점들의 배달시간 경쟁으로 인해 배달원들이 교통사고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됐다는 것이었다. 대학진학을 앞두고 등록금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젊은 청년의 안타까운 사고로 인한 사망 소식을 접하면서 ‘30분 배달제’ 등 배달시간 경쟁이 난폭운전과 역주행, 신호위반 등을 유발한다는 현실을 지적하는 한편 업계의 자성과 시정을 촉구했다. 

차량용 블랙박스의 힘!
필자는 보험업계 종사자로서 이 사건을 서로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만약 버스에 블랙박스가 없었다면 피자배달원의 신호위반과 난폭운전이 어우러져 사고가 났겠지 하며 쌍방과실로 인한 가해 차로 지목됐을 것이다. 더욱이 목격자마저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면 경찰 사고 조사가 억울하게 진행됐을 수도 있다. 말하자면, 건실한 예비 대학생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인해 진실이 한순간에 뒤바뀔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처럼 사건 현장의 시시비비와 진실을 밝혀줄 수 있는 고마운 존재가 바로 차의 운행기록장치인 ‘블랙박스’다. 자동차용 블랙박스는 차의 전·후방과 측면 상황을 자동 녹화해 저장하는 장치다. 교통사고가 발생할 경우에 잘잘못을 따지기 위해 입씨름할 필요가 없으며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는 억울한 상황도 막을 수 있다. 더군다나 블랙박스는 뺑소니 등 자동차범죄의 검거율을 높이는 데도 기여한다. 전국에 보급된 블랙박스는 약 30만 대다. 블랙박스를 통해 영상에 기록된 난폭운전과 뺑소니, 사건·사고의 현장 녹화영상을 공유하고 경찰에 신고함으로써 뺑소니 검거율이 크게 증가했다. 이뿐만 아니라 블랙박스를 장착한 차의 운전자가 스스로 준법운전과 안전운전을 함으로써 사전에 교통사고 예방에 크게 기여했다.

국토해양부 자료에 따르면 ‘교통안전법 시행령 개정안’에 의거, 사업용 차의 블랙박스 장착이 법제화됨으로써 일반 자가용에 비해 사고율이 5배 이상 높고 교통법규 위반건수가 1.7배 높은 사업용 차(버스와 택시, 화물자동차)의 난폭 운전습관을 개선했으며 교통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한다. 

한편 2009년부터 더케이손해보험을 필두로 보험회사들이 ‘블랙박스 할인 특약’을 두어 연간 3%의 자동차보험료 할인 혜택을 시행하고 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사고조사에 소요되는 인력과 시간을 줄일 수 있어 비용절감의 효과를 보험료 할인혜택으로 돌려주고 있다는 애기다.

앞으로 블랙박스 같은 첨단 전자제품 및 IT 제품의 발달로 교통문화에도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교차로와 CCTV, 차에 설치된 블랙박스로 인해 안전운전의 경각심을 고취하고 준법운전을 생활화된다면 교통사고 후진국이라는 불명예도 씻어낼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더욱 획기적인 신기술이 발명되어 교통사고 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각종 사회적인 비용과 폐해를 줄일 수 있는 교통혁명이 하루 빨리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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