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4일 화요일

자고나면 구형차 '연식변경 너무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손쉽게 수익을 늘리고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차량의 연식 변경을 남용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12년형, 2013년형으로 표현되는 연식 변경의 범위는 라디에이터 그릴, 헤드램프 등의 디자인을 바꾸고 안전·편의 사양을 추가하는 정도다.
보통 업체들은 차량의 연식 변경 모델을 9, 10월에 선보여왔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새 그 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올 들어 2013년형 모델이 상반기에만 업체마다 1, 2종씩 앞다퉈 나왔을 정도다.
급기야 기아차는 2월에 2013년형 K5를 출시했는데, 2012년형이 나온지 7개월도 지나지 않은 때다.
여기에는 연식 변경 모델로 신차 효과를 거두려는 계산이 깔렸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자동차 수요가 몰리는 4~8월 동안 판매를 늘리고, 경쟁 업체가 신차를 내놓는 시기에 맞춰 자사의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연식 변경 모델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내수 부진이 계속되면서 더욱 심해지는 추세다.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200억~500억 원을 들여 새 엔진과 변속기를 달고 내외관 디자인에 변화를 주는 페이스 리프트(부분 변경)나, 개발비로만 1000억~3000억 원이 드는 풀 모델 체인지(신차)에 비해 연식 변경 모델을 내놓는 것이 상대적으로 수월하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최근 2013년형 아반떼를 내놓은 것도 신차인 기아차 K3와 페이스 리프트 모델인 르노삼성차의 뉴 SM3를 견제하기 위한 맞불의 성격이 짙다.
업체들의 이같은 행태는 결국 자동차 산업 전체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비용 절감 면에서 효과가 큰 연식 변경이 자칫 업체들의 신차 개발 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연식 변경으로 수십 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 만 원까지 차량 가격을 올리는 것도 관행처럼 굳어진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절대 손해보지 않겠다는 업체들의 도를 넘은 입장이 무리수 마케팅 전략으로 이어진 것"이라며 "새로 산 차가 해가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아 구형으로 떨어지면 소비자들의 불만이 쌓여 국산차에 대한 신뢰 전체를 떨어뜨리는 결과만 가져올 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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